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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마리아 스바르보바 - 어제의 미래

EA=3A 2023. 2. 1. 12:43

사진전에 (일행이라는 중심 피사체가 없는 채로) 전시된 사진을 찍는 건 곰곰히 생각해보면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최근까지 내 머리속을 시끄럽게 했다. 회화도 아니고 사진이라 더 그런 생각이 들었나 싶긴하다.
컬러 공부용이나 개인소장을 위해 찍는경우도 있지만 보통 그런 경우는 도록이나 프린팅 된 굿즈를 사는게 좀 더 나은 방법이다. 이런 일련의 생각때문에 최근 전시회의 사진들의 개별샷 찍는걸 잘 안하게 됐는데 매번 고민이 많은사람이라...
홀로 생각이 많아져서 고뇌하던 끝에 기억하고 싶은 것을 찍자는 생각으로 이때까지 해왔던 것 처럼 열심히 찍기로 했다는 이야기. 혼자하는 잡생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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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스바르보바는 롯데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을 때 우연히 알게된 사진작가였다.
한눈에 상업쪽에 최적화된 사진작가다 싶다는걸 알 수 있는데, 구도나 색감, 선택하는 소재들이 시간이 지나도 촌스럽지 않게끔 사진을 완성시키기에 어떤 작업물에 써도 좋은 이미지를 만든다. 
폰타나의 컬러감과 거스키의 정밀한 구도에서 느꼈던 감동이 스바르보바의 작품을 볼 때도 느낄 수 있다. 취향의 집대성인 작품들이 많아 전시장을 천천히 두바퀴나 돌았다.
이번 전시회는 5섹션 구성에 총 174점의 사진이 전시되어 알차게 관람할 수 있다. 일전에 소규모로 전시됐던 '스위밍풀' 연작 외에도 다양한 작품들이 준비되어있는데, 그 중 작가의 유년기를 엿볼 수 있는 노스텔지아 섹션이 인상 깊었다.

공산주의 말기,체코가 아직 체코슬로바키아라 불릴 시절 태생인 작가는 자신의 어릴 적 향수를 표현하고자 과거에 사용됐던 물품들이나 오래된 건물, 가게를 배경으로 한 연작을 촬영했다. 공산주의 시기는 모든게 금지되고 시민들을 억압했던 과거지만 어린 시절은 그런 기억마저도 미화되고 그리워할 수 밖에 없는 한 순간임을, 파스텔톤 배경과 채도 높은 포인트 컬러를 넣어 자로 재서 그린 듯한 '예쁘게 정제된 그림'으로 보여준다. 이를 보고있으면 어쩐지 복잡미묘한 감정도 든다. 아무래도 공산주의에 대한 거부감이 기저에 깔려있어서, 해당 소재가 주는 거북함과 그럼에도 취향대로 잘 조립된 이미지에서 오는 호감이 섞인 감정이 아닐까 싶다.

이래저래 서문이 길어졌지만! 그가 뷰파인더 너머로 보는 세상을 한껏 구경할 수 있으니 기회가 될 때 꼭 한 번 가보시라.


마리아 스바르보바 - 어제의 미래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
2022.12.08~2023.02.26

노스텔지아 섹션. 체코슬로바키아 시대의 모습이 마치 꿈 속 장면처럼 몽롱한 색감의 시선을 그린 듯 나열되어있다
왼쪽의 '자율배식 금지'라는 부분이 포인트인 작품이라한다. 그 시절의 단편을 배경으로 보겨주고 있는듯하다

 

"용감해져라. 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게 될 것이다."
빛표현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림같은 사진 두 점
스바르보바의 작품 중 제일 고평가 받는 작품이라고 한다. 평론가들의 시점은 아직도 잘 모르겠음...
스위밍풀 섹션을 들어가는 입구.마리아가 사진촬영을 하는 조용한 수용장에 들어가는 느낌이다.

 

발 아래의 물결을 천천히 밟고가다보면 앞에 마리아의 촬영 당시의 영상을 볼 수 있다.
한산해서 매우 편안한 관람이 가능한데 정말 타이밍을 잘 잡고 간 날이었다.
반사광과 그림자의 색상이 오묘하고 아름다워서 확대해서 찍어봄
컴퓨터 후보정도 하는 작가이기에 이런식으로 패턴화한 이미지도 자주 사용한다
전시 포스터에 사용됐던 작품. 과거와 현재일지, 오늘과 미래일지 궁금해지는 사진임.
커플 섹션에 와서 뜨개구리 동반자를 찍어봄

사진만 보았을 때는 의미를 읽어내기 힘들었으나 그리스 신화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는 한마디에 어떤 대상을 형상화 한 것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아폴로의 사랑, 이카루스 등 신화를 모티브로 작가만의 새로운 해석을 넣어 현대의 모습으로 재구성했다. 

아틀라스
아폴로와 다프네
수수께끼

도슨트 때 이 작품만 유일하게 해석의 실마리를 제공해주셨다. 현대에 와서 SNS같은 소셜사회망이나 다양한 경로로 개인의을 너무 깊게 알 수 있는 사회에서, 온전히 자신의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지 못하고 왜곡된 창(망원경)으로 바라보고있는 사람들을 표현하고자 했다는 식으로 짧게 코멘트를 남겼다고 한다. 작가가 내한했을 때의 코멘트인것같은데 이와 비슷한 뉘앙스였던 기억이 나기에...정확하진 않으니 궁금하시다면 방문해서 직접 도슨트 듣기를 추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