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취미생활 할 줄 암

[사진정리] 7월 안드레아 거스키 사진전-아모레퍼시픽 미술관

EA=3A 2022. 7. 6. 03:56

날이 더워지니 외출이 어려워지는 요즘이지만 가고싶은 전시가 생겨 어렵사리 발걸음을 옮겼다.
다른 분들이 올린 전시회 후기를 보고 관심이 생긴 작가였는데 유명 사진 작가 중 한 명이더라.
세상은 넓고 아직 알지 못하는 취향의 작가들이 많다는 사실이 앞으로도 힘내서 살아갈 원동력이 되는 듯 싶다.

이번 전시회는 안드레아 거스키 개인전으로 국내에는 처음 소개된다고 한다.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풍경들을 거대한 디아섹 액자 위에 넓게 펼쳐서 평면적인 이미지로 제작한 작품들은
크기부터 그 안에 담긴 내용까지 흡입력이 엄청났다는게 새삼 떠오른다.

전시회가 열리는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은 층고가 높은 시설로 거스키의 작품을 전시하기 최적화된 장소이지 않았나 싶다.
광활한 공간과 거대한 작품이 어우러져 관람객을 압도하는 느낌마저 준다.
다른 아트 갤러리들처럼 컨셉별로 섹션을 나눠서 공간을 꾸미는 식이 많았는데
이번 전시는 요즘 전시와는 달리 작가의 작품을 큐레이터의 재량에 따라 특정 위치에 배치하는 걸로만 이루어져있었다.
특별히 컨셉별로 섹션이 나눠진건 아니었지만 작품의 배경으로 펼쳐진 그 공간이 작품이 보여주는 풍경들의 연장선처럼 느껴졌다.

 ▼아래는 전시회를 보면서 짧게 적어놓은 감상평▼
→무제 연작(카페트, 자갈바닥, 도록의 한 페이지를 찍은 사진 등)을 보니 거스키는 사진으로 회화를 표현하는데 특히 추상화를 만들고 싶어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디지털 보정 및 수정을 절제하지 않고 사용하는데 대상의 사실감을 극대화 시키는 방향으로 보정하는 지점이 신기함.
→촬영 후 바로 결과물을 확인 할 수 있는 디지털 포맷에 익숙해진 시대에서 필름인화 방식은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지연된 행복이라 말하는 부분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새로 장만한 렌즈 테스트 겸 전시회 가는 풍경

 


전시회장을 내려가는 계단 바로 앞에 있는 굿즈샵 공간 한 프레임 조차 허투루 사용하지 않는 듯 한 배치였다.
클라우젠파스 (Klausenpass, 1984)

전시회장을 내려오자마자 바로 만나볼 수 있는 첫번째 작품
늘어진 산등성이와 사람의 크기만 봐도 스케일을 느낄 수 있는 풍경에서
거스키는 사람들이 흩어진 모습이 별자리처럼 보였다고 서술한다.

일상의 풍경 속에서 특별한 부분을 찾아내고 의미를 부여하는 작가가 어떤 시선을 제시할지 매우 기대가 되는 시작이었다. 

파리 몽파르나스(Paris, Montparnasse, 1993)
유타(Utah, 2017) 마치 기차를 타고 어딘가 가고있는 도중의 풍경이 몰입감을 극대화시킨다
바레인 Ⅰ (Bahrain Ⅰ,2005)

추상화의 느낌을 강하게 받은 작품으로 자세히봐야 검은 부분이 F1경기를 위한 아스팔트 도로임을 알 수 있다.
헬리콥터에서 지상을 여러장 촬영하여 하나의 장면으로 이어붙인 것으로 아스팔트가 마치 강물처럼 보인다.
전시 해석으로는 강줄기처럼 이어진 아스팔트는 마치 석유를 연상케하며 이는 사막국가 바레인의 부유함을 은유적으로 상징한다더라.

탁 트여 답답하지 않은 공간이 매우 마음에 드는 전시회장
공간 사이 너머로 바다 연작인 남극(Antarctic, 2010)이 보인다
남극(Antarctic, 2010) 고해상도로 촬영된 남극은 마치 유화 붓터치 자국처럼 보인다.
바다(Ocean II, 2010)

제일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으나 챙겨간 렌즈로는 전체를 담기엔 각도가 영 좋지 않았다.
대신 아크릴에 반사된 전시회장을 담기로 했다.

튤립밭과 아스파라거스 밭이 같이 찍힌 샷을 원했는데 맘처럼 쉽지 않아 이정도에서 타협함
몽파르나스와 같은 기법으로 촬영된 크루즈(Kreuzfahrt, 2020)
어쩌다보니 계속 길이 겹친 모르는 분...
방콕(Bang Kok I, 2011)

태국의 짜오프라야강의 사진으로 다가가기 전에는 검은 도화지에 흰 선 하나가 길게 그려진 그림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활 쓰레기가 강 위에 떠다니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겨있다. 
이 사진을 처음 봤을 때 문득 반쪽의 이야기에서 나온 '대담한 선'이 떠올랐다.
이 하나의 대담한 선이 사진을 더욱 회화처럼 느끼게 해주어 자세히 들여다 보게 되는 듯 싶었다.
얼핏 아름다워 보이는 풍경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깊게 생각 할 거리가 드러난다.
마냥 아름다운 모습만을 바라봐서는 안된다는 작가의 경고와 비판의 목소리가 전시 내내 들리는 듯 했다.

아마존(Amazon, 2016) 벽면에 써진 문구가 아이러닉하게 읽히는 아마존의 물류창고
99센트 (99Cent, 1999의 2009년 리마스터링) 와중에 제이슨이 보여서 해당 부분만 찍어보았다.

대량생산과 소비문화가 긴밀하게 얽혀있는 단면을 촬영한 99센트.
전시회장에 있는 작품은 1999년도 작품의 리마스터 버전이라고 한다.

이처럼 거스키가 초점을 잡는 풍경들은 일상생활과 밀접한 부분들로 대량생산, 축산농업, 황폐화된 자연 등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논의해야할 이야기가 주된 소재였다. 
영향력 있는 작가의 작품을 그저 고가의 소장품으로만 보지 않고 그의 의도까지 헤아려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관람을 마친 뒤에도 함께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해가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회상 (Ruckblick, 2015) 맨 오른쪽에 계신분이 헬무트 콜의 자리에 서있으니 마치 작품의 연장선 처럼 느껴진다.
정치학(Politics II, 2020)
최후의 만찬을 의도한 듯한 구도
암실 (Darkroom,2016) 디지털 아웃풋 시대로 즉시 촬영물을 확인할 수 있는 지금에 있어, 필름이란 작가에게 지연된 행복이란 의미를 갖는다
정면으로 바우하우스(BAUHAUS, 2020), 왼쪽으로 무제(Untitled III, 1996 )연작시리즈와 오른쪽의 라인강(Rhein III, 2018)
F1피트스탑 (F1 Pit Stop I,2007)

페라리와 메르세데스 피트스탑 장면과 함께 패독의 정경까지 수평으로 넓게 찍힌 정경
2~3초 밖에 되지않는 아주 찰나의 순간을 정적으로 박제해 놓은 듯하다.


관람인원이 꽤 있음에도 공간이 넓은 편이라 여느 갤러리와 미술관과 다르게 쾌적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최근 너무나도 협소한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과 부딪혀가며 작품 관람을 하는 일이 잦았다보니
공간에 대해 스트레스 받지 않고 감상할 수 있는 이번 전시가 더욱 만족스러웠다. 
오랜만에 보는 스케일이 큰 작품들을 많은 사람들이 감상하고 오면 좋겠다.

례술을 하는 뜨개굴이와 함께한 전시회

 

 

더보기

*아이폰으로 잠깐씩 찍은 사진들

렌즈를 50mm끼고 있었더니 한프레임에 담기게끔 찍기 어려워서 급히 폰을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