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초고를 쓰고있는 중에 언급하기에 가슴아픈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글을 정리하는데에 집중하고 싶어도 다음에 올 단어가 생각이 안나서 잠깐씩 멈추게 되네요. 간접적으로 사고를 접한 저조차도 이런 상황인데 피해자와 가족분들, 주변 관계자분들은 어떤 상황일지 가늠도 되지 않습니다. 하루 빨리 사고의 아픔이 조금씩이나마 수습되길 바라고 남은 사람들은 각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무너지지 않고 생활해 나갈 수 있길 바랍니다.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10월의 마지막 주, 1년 중 외출하기에 최적인 날씨가 창 밖에서 나에게 손짓하지만 가운데 개인사정으로 한창 두문불출한 생활을 하던 중 점점 내면이 붕괴되어가는걸 느끼고 있었다.
내·외향성이 적절히 밸런스를 유지하며 살아야하지만 부득이하게도 외향성을 죽이고 지내버린 것.
허나 순순히 죽을 생각이 없었던 외향성은 닫혀있던 관짝도 뚫고 나와 나의 외출 충동 스위치를 과감히 눌러버렸다.
반드시 원본 마르가리타를 보고 말겠다는 욕망이 승리한 순간이었다.
보통 이런 특별전을 방문할 경우 전시회 정보도 찾아보고 가는 편이나 이번은 정말 충동적으로 다녀온거라 사전 정보 없이 가게 됐다. 조금 과장을 섞자면 깜짝 선물을 받는 기분을 살짝 느낄 수 있는 방문이었다.
국중박에서 큐레이팅한 전시다보니 관람에 문제가 되는건 혼잡도정도일거라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평일 오전인데도 관람객으로 실내가 미어터지는 상황이었다.
일전에 열렸던 어느 수집가의 초대전과 비슷할 정도로 인파가 많았던것같은데 아무래도 작품이 작품인지라 전시기간 내내 이정도의 혼잡도는 감안해야할 듯 싶었다.
작품 하나를 편히 서서 감상하기엔 밀려오는 사람들도 많아서 눈치보이는건 첫째, 인파로 인해 우선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편한 감상은 곱게 접어놔야했다. 병목현상이 일어난다 싶으면 다른 관의 작품을 먼저 감상하고 다시 돌아오는게 오히려 나을 정도였다보니 편히 관람하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특별관의 크기를 더 키우거나 작품 끼리의 간격을 더 넓히는게 쾌적한 관람을 위한 길이 아닐까 싶은 부분이었다. 이런 부분은 다소 관람하는데에 있어 힘들었지만 작품을 소개하는 순서나 작품들의 구성은 매우 알차기 때문에 인파를 버틸 체력이 되지 않는것이 너무 아쉬웠다.
사진이나 레플리카로만 봤던 작품들을 실물로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라 생각되어 사진을 찍는것보다는 최대한 원본을 눈에 오래 담기 위해 집중하다보니 더 체력을 쓰게 된 것 같다. 보정작업이 들어가지 않은 실물의 색감은 시간이 지나 색이 바랬을텐데도 은은한 색감과 실물과도 같은 질감을 보여줘서 어떻게 표현했는지 자세히 보고싶게끔 했다. 사진으로 착각할 정도로 정교한 그림을 눈속임 기법 작품이라고 한다는것도 새롭게 알게됐는데, 검색할 때 도움이 되겠단 생각이 먼저 들었다. 검색을 해보니 트릭아트 위주의 작품이 나와 기대했던거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이런식으로 현대에서까지 사용하는걸 보니 인류가 창작활동을 하는 동안 기교의 발전이 멈추는 일은 없을 듯 하다.
전시구성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역대 황제 및 대공들을 기점으로하여 해당 인물이 후원하거나 수집했던 작품들을 시기에 따라 전시해놓았다. 입장하자마자 가계도를 배치해놔 큰 흐름을 볼 수 있게끔 하였기에 감상할 때 참고할 수 있다. 거대한 계보를 보고있으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부를 갖고있기에 이만큼이나 예술을 보존하고 지원할 수 있었구나 싶기도 하다. 열정적인 수집가가 있기에 존재할 수 있던 작품들을 오늘날까지 감상할 수 있는 부분만큼은 고맙긴 했단 얘기. 15~20세기 합스부르크 왕가가 수집한 작품들은 르네상스~바로크 시기의 작품 위주로 회화 뿐만아니라 공예품, 갑옷, 태피스트리 등 여러 형태의 문화재들이 있었고 스케일이 큰 작품들도 많아 현장에서 보면 압도당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루벤스, 벨라스케스, 반 다이크, 베로네세, 얀 스테인 등 귀에 익숙한 작가들의 작품이 많기에 오랜만에 미술사 공부하는 기분이 낭낭하게 든다. 공부를 하러 온것까진 아니니 마음 편하게 감상하고 오면 되긴하지만!
총 5부로 구성 되어있으며, 각지의 예술품이 모여 빈 미술사박물관으로 집대성되는 과정을 조명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음) 박물관 뉴스 설명을 그대로 갖고오자면 이하의 설명이니 참고바랍니다
전시 구성 해설 기사 : https://museumnews.kr/321ex01/
들어가며 ‘더 멀리, 합스부르크가의 비상’은 1508년 신성로마제국 황제에 오른 막시밀리안 1세를 중심으로 합스부르크 왕가가 유럽의 강대국 반열에 오른 과정을 소개한다.
1부 ‘황제의 취향을 담다, 프라하의 예술의 방’은 프라하에 수도를 두고 활발한 수집 활동을 벌인 16세기 루돌프 2세 황제를 다룬다. 그는 탁월한 안목을 바탕으로‘예술의 방’에 진기한 예술품을 전시했고, 이는 현재 빈미술사박물관 공예관의 기초가 되었다. <십자가 모양 해시계>, <누금 장식 바구니> 등 다양한 공예품을 전시한다.
2부 ‘최초의 박물관을 꾸미다, 티롤의 암브라스 성’은 오스트리아 서쪽 지역인 티롤을 다스린 페르디난트 2세 대공을 소개한다. 그는 암브라스 성에 전용 건물을 지어 진열장 설계와 전시품 배치까지 직접 결정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16세기 유럽에 전해진 희귀한 소재, 야자열매로 제작한 공예품 2점을 전시한다.
3부 ‘매혹의 명화를 모으다, 예술의 도시 빈’은 빈미술사박물관 회화관의 명성을 높인 명화를 집중적으로 선보인다. 카를 5세로부터 약 200년간 이어진 스페인 합스부르크 왕가에서 수집한 예술품과 스페인령 네덜란드 총독으로 브뤼셀에 부임했던 레오폴트 빌헬름 대공이 수집했던 이탈리아와 플랑드르 지역의 수준 높은 회화는 수도 빈으로 보여 빈미술사박물관의 소장품으로 남았다.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흰 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와 피터르 파울 루벤스의 <주피터와 머큐리를 대접하는 필레몬과 바우키스>, 안토니 반 다이크가 그린 초상화 <야코모 데 카시오핀> 등 최고의 명품을 전시한다.
4부 ‘대중에게 선보이다, 궁전을 박물관으로’는 18세기 마리아 테레지아의 시대를 살펴본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수집품을 벨베데레 궁전으로 옮겨 전시하고자 했고, 아들 요제프 2세 때 대중에게 무료로 개방하였다. 대표적으로 18세기 궁정 행사의 장대함을 볼 수 있는 <마리아 크리스티나 대공의 약혼 축하연>과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전시한다.
5부 ‘걸작을 집대성하다, 빈미술사박물관’은 19세기 프란츠 요제프 1세의 시대를 조명한다. 1857년에 시작한 수도 빈의 도시 확장 프로젝트일환으로 빈미술사박물관을 건축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프란츠 요제프 1세와 엘리자베트 황후의 초상화를 선보여, 이들의 슬프고도 비극적인 19세기 말 황실 분위기를 전할 예정이다.
한-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여 개최되는 이번 전시의 마지막 작품은 고종이 프란츠 요제프 1세에게 선물한 조선의 갑옷과 투구이다. 빈미술사박물관은 이를 1894년에 소장품으로 등록하고 지금까지 소중히 보관해왔다. 오스트리아와 조선의 수교 기념으로 주고받은 마음의 증표로서 수교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자세한 설명이나 글은 다른 블로그를 참고해주시고 사람한테 치이는 와중에 잠깐 잠깐씩 찍고 온 것들 쭉 올려봅니다.
사진도 포인트되는 부분만 찍었고 전체상은 아니니 궁금하시면 기간동안 꼭 방문해서 실물을 보고와주시길.
작품 하나 앞에서 2분 이상은 감상하고 넘어가는 사람이라 이번 전시는 대략 2시간 반 쯤 걸린듯 합니다. 사람이 많아서 편히 감상 못했음에도 그쯤 걸리니 시간은 참고바람
입장하자마자 볼 수 있는 두개의 헤라클레스 상 중의 하나. 설명문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루돌프 2세의 수집품으로 적혀있던 것같다. 당시의 권력자가 신화의 영웅에 동상까지 수집하는걸 보고 묘하게도 박정희가 자신의 상징성을 이순신 장군에게 빗대어 이미지 메이킹을 시킨것이 떠올라서 미술품으로서 감상하기엔 조금 복잡한 심경이 들었다. 정치를 생각하면 머리가 아픔...
루돌프 2세의 황실 석공이었던 작가의 작품. 재질을 알았을때 너무 신기해서 한참 바라봤다.
대부분의 공예품에는 단순이 값비싼 재료만 사용했을 뿐 아니라 하나하나에 이야기가 담겨있는게 매우 신기했다.
예술품이니 으레 당연하겠지만 정말 어디까지 사치스럽게 만들 수 있는지 실험하는 것같단 감상은 떨칠 수가 없었다.
나는 순수미술은 정말 못할거야...이런 생각으로는...
이번 전시회 관람의 목적이었던 초상화. 벨라스케스의 붓터치가 잘 살아나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는 작품으로 평가받다보니 제일 실물을 보고싶었던 작품이다. 이 초상화를 보고있으니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해서 '시녀들'의 실물까지도 보고싶어졌다. 언젠가 시녀들도 실물을 볼 수 있길.
튤립, 수선화, 카네이션, 장미, 한련, 물망초, 히아신스, 아네모네, 은방울 꽃, 나팔꽃 등 여러 종류의 꽃들을 묘사한 화환 속 남자, 꽃다발 등 얀 판 덴 헤케와 얀 브뤼헐 등의 그림이 전시되어있다.
생각도 못하고 갔는데 실물이 있어서 너무 놀랐던 작품. 드레스묘사의 붓터치가 너무 신기해서 한참 감상했다.
이 부분에는 섬세하고 스케일이 큰 작품으로 이루어져있어 가운데에 소파와 작품 정보 등을 청취할 수 있는 탭이 마련되어있다. 휴식을 취하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중간중간 비치되어있어 편히 감상할 수 있었다.
국중박 쯤되니 역시 이런 관람자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는구나 싶었다.
마르가리타의 초상화 다음으로 좋았던 작품은 한스 마카르트의 황태자비 초상화였다.
좀 더 익숙한 기법의 붓터치처럼 보여서 그랬던 것 같기도...
압도적인 스케일과 부드러운 드레스 묘사도 아름다웠지만 아치형으로 제작된 액자가 이 초상화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듯 싶었다. 마치 문 너머에 황태자비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서있는 듯 보인다.
사진을 일부만 올리는데도 한참 걸린다는걸 깨달으며...
꼭 실물을 보고 오도록 합시다. 오랜만에 눈 호강한 전시회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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